서론
우리나라 통계청에서는 2024년 말에서 2025년 초반이면 초고령사회(전체 인구 대비 노인인구 구성비 20.0%)로 진입하게 될 것을 예측한다. 현재 추세와 사회 현상을 고려할 때, 초고령사회 진입 이후에 노인인구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인데, 이제껏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수준으로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노인인구의 극적인 증가추세로 볼 때, 전 세계에서 인구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된 국가로 기록되지 않을까 한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인구 고령화에 대비해 다양한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정책으로서 도입하고 있다. 노인인구를 포함해 전 국민의 삶의 질을 고려한 보건 의료복지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다. 노인 정책 우선순위는 보건 의료복지 서비스 제공, 노후 생활 보장, 그리고 고용 창출 등이다. 이처럼 노인을 위한 환경을 마련하여 삶의 질을 유지하며 노후 생활을 하는 것을 목표로 정책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부족하다. 우리나라 사회문화 특성상 빠르게 진행된 산업화, 민주화에 더해 인구 고령화까지 잘 대처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여타 선진국과 비교할 때 인구 노령화에 ‘무엇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절대 부족했다. 아무리 대처 능력이 뛰어난 대한민국이라 하더라도 분명 절대 시간이 필요한 부문은 존재한다는 판단이 나온다. 그런데도 인구 고령화는 계속될 것이고, 이는 피할 수 없는 국가 사회적 현상이다. 우리 미래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 도입 노력과 함께 전체 사회 구성원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노인이 돌봄이 필요한 경우 국가사회에서 어떻게 돌봄을 제공하고, 대상자인 노인은 어떤 돌봄을 받을 것인가에 대해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이에, 지구상 최상 복지국가 스웨덴 노인 돌봄시스템에 대해 살펴보고, 우리나라에 합의점을 찾을 필요성이 있었다.
우리가 흔히 스웨덴에 관해 얘기할 때 국가에서 국민의 삶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장하는 국가라고 한다. 스웨덴 보건복지 제공모델은 북유럽 사회민주주의(이하, 사민주의) 복지국가를 대표하는 그것으로써 우리에게 때론 무겁게, 때론 환상적으로 다가온다. 스웨덴을 방문할 때면 이 사민주의 복지국가 모델을 가져올 방법을 생각하면서 동시에 우려도 하게 된다. 우리 국가사회에서 감당할 수 있으며 도달할 수 있는 선인지, 논의를 통해 국가 정책으로서 도입이 가능할지를 고민하기에 그러하다.
스웨덴 국민에게 제공하는 보건 의료복지시스템은 보편적 보장(universal health system)이 원칙이다. 보건 의료복지 서비스 제공에서 사회적 평등과 개인의 존엄성이 전제이다. 또한, 보건의료 법(The Swedish Health and Medical Service Act)에 따라 의료가 필요한 대상자를 최우선으로 편리하고 질 높은 의료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국가 정부에서는 보건의료를 포함한 제반 지원이 필요한 국민이 거주하는 지역사회에서 가족과 일상생활을 하며 건강하고 질 높은 삶을 유지 증진하는 것이 목표이다[1-3]. 강력한 지방자치제를 채택한 스웨덴 정부의 제반 의료비용 중 공공영역 지출이 85%이며, 이는 모두 정부 재원이다.
한편, 복지국가 스웨덴에서도 노인 돌봄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인구 고령화 시대인 1990년대이다. 스웨덴에서는 1992년에 노인복지개혁인 에델(Ädel) 개혁을 추진하였고, 2001년 사회보장법(Svenska regeringskansliet)에서 노인 보건복지에 대해 자세히 명시했다.
이 논문에서는 복지국가 스웨덴 완성과정에 대해 살펴보고, 1992년 에델 개혁 이후 현재까지 도입 시행하고 있는 노인 돌봄시스템을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노인을 위한 나라 스웨덴의 돌봄 역사와 현 상황을 살펴보고, 초고령사회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정책 대안 마련을 위한 기초자료로 제공하고자 한다.
스웨덴은 어떤 나라인가?
현재 스웨덴은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강소국이자 복지국가이다. 이 최상 복지국가 스웨덴 국민도 1940년대 이전까지 빈곤을 면치 못했고, 빈곤 문제로 고통받는 아동을 위해 영국으로부터 구호물자를 받기도 했다. 또한, 일자리와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캐나다, 호주, 남미 등으로 떠나는 상황이었음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는 어쩌면 우리는 스웨덴 복지국가 역사를 잘 모르면서 현재 시스템만을 동경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현재 스웨덴은 유럽, 영국, 프랑스와 견주는 선진국이나, 1940년대까지 척박한 땅에서 적은 인구가 길고 추운 겨울을 견뎌야 하는 취약한 환경에서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국가였다[1]. 이 극도로 취약한 사회 환경과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복지국가 스웨덴’을 만든 국민의 자부심이 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스웨덴에서 산업화는 1800년대 중반에 시작되어 1870년대에 본격화되었다. 스웨덴은 산업화가 영국, 독일, 프랑스에 비해 상당히 뒤처진 후발 국가였다. 19세기 산업화 과정에서 도시와 산업 부문으로 몰려드는 농촌 인구를 잘 흡수하지 못한 결과 도시 빈민이 대량 발생했다. 1850년대에서 1890년대에 약 일백만 명(당시 인구의 20-25%)의 인구가 미국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당시 일자리를 찾아 자국을 떠난 국민 고통도 컸으나, 남은 국민 역시 불행했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 상황임에도 법 제도에서 보호받지 못해 고통받았던 국민의 엄청난 불만은 노동조합운동으로 표출되어 빠르게 번져나갔는데, 주요 주장은 노동자를 위한 나라로 변화 혁신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1889년 4월 사회민주당(이하 사민당)이 창당되었고, 노동조합운동은 더 가속화되었으며. 이는 1898년 스웨덴전국노동조합총연맹(Landsorganisationen i Sverige, LO) 출범으로 연결되었다. 스웨덴 복지국가 시스템에서 사민당을 빼고 얘기할 수 없다. 사민당 복지국가 건설 역사는 4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는 투쟁기(1870-1920년대 초기)로서, 노사 간 극렬한 대립기라고 할 수 있는데, 노사가 동등한 권리 실현을 위해 투쟁하고 보통 선거권을 갖게 된 시기이다. 2단계는 성장기(1920-1940년대 중반)로서, 사민당이 정책 목표 ‘국민의 집’ 가치 실현과 노사관계 합의를 정강 정책으로 내걸고 집권해 스웨덴 최대 정당으로 성장한 시기이다. 3단계는 완성기(1945-1980년경)로서, 보편적 사회복지 정책 가치와 개념 정립을 통해, 사회보장제도 개혁 및 실행으로 사민주의 복지국가 모델이 완성된 시기이다. 4단계는 변화기(1980년대-현재)로서, 탈산업사회와 세계화 과정에서 스웨덴에 적확한 정책을 도입하며 적응한 시기이다[3].
스웨덴 사회문화 기저에 흐르는 도도한 인식은 정책 주인이 정당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것이다. 실제 집권 정당이나 의회에서도 함부로 바꿀 수 없는 정책 세 가지가 있는데, 연금, 국방, 에너지 정책이다. 국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기에 그렇지 않을까 한다. 이 세 정책에 변화 개혁이 필요한 경우 정부 또는 정당에서는 논의, 타협 과정을 거쳐 국민투표를 시행해야 한다.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정책 결정에서 국민의 의사결정이 주요함을 보여 준다. 해서, 스웨덴 국민은 설령 집권 정당과 정부는 믿지 못해도 정책은 믿는다고 한다. 설령 집권당이 바뀐다 해도 정책은 흔들리지 않고 존속할 것이라는 믿음, 즉 사회적 신뢰가 저변에 있다는 것이다[1].
국가, 정당의 정체성, 정강 정책과 사회적 가치에 대해 숙고하게 하는 그것이 스웨덴 사민주의 복지국가 모델이다. 스웨덴을 살펴보는 이 순간에 우리나라 사회에 존재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정치지도자가 국민과 소통을 통해 다양성을 인정하고 차이를 존중하면서 국민 행복 유지 증진을 위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는지를 질문하고 싶다.
개인의 가치(value)에 더해 사회적 가치가 정치와 정책 현장에 주요하게 작용하는 요인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치는 무엇을 생각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데 주요 기준이 분명하지 않을까 한다. ‘분노하라’ 저자 스테판 에셀은 “부정의에 분노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참여하고, 희망스러운 결과에 낙관하라, 그리고 삶에서 희망을 잃지 말라”고 했는데, 스웨덴 국민을 잘 설명하는 문장이다[1]. 또한, 이들 사회문화 가치를 잘 보여 주는 속담이 있는데, “가장 강한 사람은 자신이 약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웨덴 복지국가 역사 및 현황
스웨덴 복지국가 역사는 사민당 창당이 그 시작 지점이 아닐까 한다. 스웨덴에서 불평등과 가난으로 고통을 받던 국민을 향해 던진 사민당 대표 페르 알빈 한슨(Per Albin Hansson)의 1928년 연설은 지금까지 회자된다. 당시 ‘국민의 집(folkhemmet)’이란 말로 이슈를 선점하고 국면을 전환했다. 요지는 “좋은 사회는 좋은 가정과 같은 사회이고, 좋은 가정에는 평등, 배려, 협동, 도움이 넘친다.”라는 것이다. 이 연설로 첨예한 사회 갈등이 완전하게 해소되지 않았으나, 1932년 총선에서 농민당과 연대한 사민당이 국민 선택받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1932년 선거 승리 이후 사민당은 40여 년 이상 집권하면서 정책 기조였던 국민의 집을 향한 행보를 계속했다. 이 국민의 집 가치는 현재의 복지국가 스웨덴을 만든 원동력이었다. 사회 변화 변혁을 열망했던 국민의 선택과 이에 부응한 사민당 정책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유명한 말은 1909년에 이미 알프레드 페테르손(Alfred Pettersson, 스웨덴 농민운동가)이 사용했으나 당시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었다.
스웨덴 국민은 사민당 대표 페르 알빈 한슨이 내건 가치 국민의 집에 동의했고, 국민 지지를 끌어낸 사민당 정부에서는 국가사회 경제 문제 해결과 동시에 사회복지 정책 대안 마련으로서 ‘보편적 복지 시스템’을 논의․설계하고 정책으로 도입하였다. 전 세계 사회복지정책의 시초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Ⅰ세 때 만든 빈민법과 Beveridge Report, 그리고 독일 비스마르크(Bismarck) 사회보험법이다. 그러나 이 사회복지 정책이 스웨덴에서, 더욱더 정교한 사민주의 복지국가 모델로 자리 잡았다는 판단이다. 사민당 정부는 개인과 그 가족만이 잘사는 사회가 아니라 국민이 고루 평등하게 잘사는 사회를 꿈꾸었고 이루었다. 사민당 정부가 1938년 도입한 주요 정책이 모든 아동에게 혜택을 주는 ‘아동수당’인데, 이 과정에서 세금에 대한 국민 합의를 끌어냈다. 당시 정부를 믿고 납세에 저항이 없어 사회적 논의에서 합의한 국민은 매우 소박하고 조용하며 단정하다,
스웨덴 시대 상황, 정치지도자의 철학, 그리고 정당 정책이 조화 균형을 이루어 성취한 결과가 사민주의 복지국가 모델이다. 국민과 소통하는 위대한 지도자와 정치가가 있었고, 이들을 지지했던 국민이 있었기에 완성할 수 있었던 성과였다. 이 복지국가 모델은 수상 페르 알빈 한슨(1930-1940년대), 타게 에르란데르(Tage Erlander, 1950년대)의 후계자 올로프 팔메(Olof Palme, 1960-1970년대) 총리의 철학적 소신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복지국가 건설 중심에 독창적 재정사상가이자 정치가 에른스트 비그포르스(Ernst Wigforss, 1881-1977년)가 있다. 에른스트 비그포르스는 스웨덴의 재무부 장관이자 사민당 최고 이론가로서 대공황을 극복하고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을 설계한 핵심 인물이다[4]. 물론 모든 보편적 복지 정책을 사민당에서만 도입한 것이 아니었고, 보수정권에서도 부모 휴가 정책을 도입한 바 있다. 그런데도 사민당 장기 집권이 복지국가를 향한 장기계획, 정책 도입과 완성에 이바지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다. 현재 스웨덴을 만든 요인으로, 1932년부터 1976년까지 장기 집권한 사민당, 많은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률, 교육개혁, 보편적 복지제도 도입, 사회와 가족 내 성평등으로 정리한다. 현재 우리가 바라보는 있는 복지국가 스웨덴의 특징이다. 개인적으로는 사민당 장기 집권이 가장 주요했다는 생각이다. 이에 관한 판단은 독자에게 맡긴다. 일부 정치가와 정치철학자는 스웨덴 사민당 장기 집권이 가능했던 다양한 요인 중에서 정치지도자의 지도력, 즉 지도자의 소통 능력과 후계자를 잘 성장시켰다는 사실에 방점을 두기도 한다[1,2,4].
스웨덴 사회보장체계는 1920년대 사민당의 전면 등장, 그리고 1932년 사민당 집권 이후 복지국가 시스템 구축 행보를 시작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 정점이 1994년인데, 사회부 내에 각 영역을 담당하는 장관이 4명이 있다. 사회보장정책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는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회부 산하에 15개 정부 기관이 있어서 영역별 업무를 담당하게 된 것이다. 스웨덴 사회보장체계는 2011년 1월부터 적용하고 있는 사회보장법(Socialforsakringsbalken, Socal Insurane Code)에서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동 법은 1963년에 시작되어 점차 늘어나 30여 개가 되었던 사회보장법을 하나로 정리한 법이다.
스웨덴 노인 돌봄시스템
스웨덴 공공영역 돌봄 역사를 살펴보면, 1920년대 방문간호사 제도 도입과 1930년대 지방정부에서 홈시스터(hemsyster, home sister) 인력 고용이 그 시작점이다. 홈시스터 제도는 훈련받은 전문 인력으로서 출산한 산모의 가사도우미 역할로 시작하여, 장애인, 환자와 노인 돌봄으로 업무 범위를 확대하였다. 홈시스터 제도는 1960년 들어서 폐지되기 전까지 스웨덴 노인 돌봄 형태로 발전되었다. 당시 스웨덴 정부는 영국에서 도입한 재가 돌봄에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정책으로 도입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1940년대에서 1950년대 초 발생한 요양원 원인을 알 수 없는 사망사고이다. 이 사건 이후 노인은 필요한 경우 재가 돌봄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정부에서 돌봄 수당을 받는 가사도우미 인력 1/4 이상이 가족 구성원이었다. 그러나 핵가족화, 여성 사회진출 증가 등 사회문화 환경이 변화하면서 증가한 수요에 맞춰 노인요양시설이 점차 증가하였고, 1990년 이전 이미 노인인구의 약 9%가 시설 입소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노인 돌봄에 대한 국가 사회적 문제 인식이 있었고, 정부는 1980년 ‘노인 문제 준비위원회’를 설치하여 논의를 진행했다. 이 위원회 논의 결과 보고서(1987년 6월)를 기반으로 보건의료와 복지서비스 제공 일원화를 목표로 ‘노인위원회’를 설치(1988년 5월)하였다. 이후 다양한 논의를 거쳐 1992년 노인 보건복지 개혁, 소위 에델 개혁을 끌어냈다.
스웨덴 에델 개혁 내용은 이후 현재까지 고령화에 직면한 국가의 노인 돌봄시스템 개혁 논의에서 주요 참고자료이다[7]. 특히, 일본 후기고령 노인 돌봄시스템 논의에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우리나라 노인 전문가와 연구자들이 자주 인용 언급하는 주제이다.
스웨덴에서 1992년 에델 개혁 이후 보건 의료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은 정부(사회보건부), 랑스팅(Lansting, 광역지방자치단체; 이하 랑스팅), 코뮨(Kommun, 기초자치단체; 이하 코뮨)으로 구분한다. 정부(사회보건부)는 보건의료 정책 전반을 관장하고, 정부 담당 하 보건복지청은 의료 종사자, 의료기관 감독 및 의료 질 개선 업무를 담당한다. 랑스팅 업무는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을 중심으로 한 제한적인 수준이다. 이 21개 랑스팅은 2019년 1월 21일 Region으로 변경하여 의료, 보건, 교통 정책뿐 아니라, 광역자치단체의 발전 및 여타 자치단체와 협력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Region에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시스템은 3개 층으로 구분한다. 즉, 일차 의료(primary health care), Region 제공 의료(country health care), 그리고 지역사회 의료(regional health care)이다. 스웨덴에서 코뮨은 290개 기초자치단체인데, 랑스팅과 대등한 입장에서 강력한 자치권이 있다. 즉, 랑스팅에서 의료기관 관리 정비 등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업무를 담당하고, 코뮨에서는 지역 주민 원조·지원 등 복지서비스 제공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사회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후 현재까지 코뮨에서 노인과 장애인 돌봄을 포함한 제반 보건 복지서비스 제공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노인요양원 관리 업무를 랑스팅에서 코뮨으로 이관하였다. 법에서 노인 홈, 그룹홈, 노인요양원을 모두 묶어 ‘특별주거’ 방식 하나로 정리하여 코뮨 관장 책임으로 명시하였다. 한편, 2003년부터는 질병 치료가 필요한 국민에게 랑스팅에서 입원 등을 결정하면, 해당 환자는 소속한 랑스팅에서 결정한 치료를 다른 지역에서도 같이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의료기관을 더욱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거주지역 이외 병원에서도 보편적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더해, 일차진료 부문에서도 국공립과 사립 구분 없이 환자가 원하는 진료 기관 방문(care choice system)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어서 2005년 11월 전국 의료보험제도(national health care guarantee)에서는 국민이 소속 Region에서 치료 결정 이후 90일 이내 치료 시작을 권고했으며, 불가능한 경우 타Region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권고는 2010년에 법 제도화되었으며, 현재 환자에서 90% 이상이 정한 기간 내에 치료받을 수 있게 되었다[8].
스웨덴은 2005년에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17.3%가 되었고, 80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유럽연합(European Union) 가입국 중 가장 높은 상황이 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에서는 가능하다면 노인이 자택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지원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 대안을 마련하였다. 그 대안 중 하나로서, 55세 이상 국민에게 제공하는 ‘노인용 주택’이 있다. 이 노인용 주택은 사회서비스법에 명시한 ‘특별 주거’ 방식에 포함되지 않기에 코뮨의 결정이 없이 입주할 수 있다.
이처럼 스웨덴에서는 에델 개혁을 포함한 다양한 노인 정책을 도입 시행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현재 노인인구의 94% 이상은 노후에도 자신이 거주했던 자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스웨덴에 도심이 아닌 교외 또는 농촌 지역에서는 가족과 거주하는 노인이 비교적 많다고 한다[9].
그런데도 자택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노인의 경우 법에서 명시한 ‘특별주거’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지역사회 자기 집에서 거주하던 노인이 시설 입소 등 도움이 필요한 경우 소속 코뮨의 사회복지사에게 연락한다. 사회복지사는 조사를 시행하고, 야간에 3회 이상 도움이 필요한 노인에 대해 시설 입소를 결정한다. 조사를 통해 집에서 도움을 받으며 생활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그에 맞는 서비스 제공을 결정하기도 한다.
노인요양시설 입소 과정을 살펴보면, 코뮨에서 입소를 결정하게 되면 대상자와 가족이 입소 가능한 시설을 방문해 살펴본다. 대상자 선호를 고려 입소를 결정할 수 있고, 대상자는 사용하던 물건을 가지고 입소한다. 대상자가 입소를 결정하면, 시설에서는 부서장, 간호사,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가 모여 입소 결정 회의를 진행한다. 대상자가 사용할 방에 침대 등 배치를 요청하면 방 내에서 재배치도 가능하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대상자가 입소하면서 주 2회 방문할 수 있는 촉탁의와 3개월에 1회 진료할 수 있는 치과의사 선정이 가능하다. 치매 환자의 경우 후견인이 결정한다[10].
스웨덴 기초자치단체 코뮨에서 관리하는‘특별주거’방식 노인요양원 등 노인요양시설은 개방적 수용적이며, 대상자 중심 관리를 제공한다. 대부분 노인요양시설은 가정집같이 편안하고 아름다운 환경에서 평소 사용하던 물건을 포함 옷을 가지고 입소할 수 있다. 입소하는 당사자 또는 가족이 원하는 경우 사용할 방 리모델링까지 가능하다. 당연히 방은 사람으로서 아름답고 존엄한 삶이 유지될 수 있도록 1인실을 제공한다. 각 방에는 제반 보조 장치를 한 안전한 침대, 평소에 입던 옷을 두는 옷장, 책상, 작은 부엌과 식탁이 있다. 다만 부부의 경우 방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시설 간호사는 대상자 복지계획을 작성하고 본인과 가족에게 통보한다. 간호사 1인당 10명에서 17명을 담당하고 있는데, 주 역할이 투약 관리와 복지계획 작성이다. 스웨덴에서도 돌봄 인력 부족해서 고용 어려움이 있고, 실습을 나오는 간호대학생들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시설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저자가 방문했던 리딩예(Lidingö)시에서 운영하는 시설에서는 간호사가 낮번에만 근무하는데, 시설에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30분 이내 도착할 수 있는 곳에 거주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스웨덴 노인요양시설에는 아름다운 정원, 카페, 식당, 도서실, 회의실을 갖추고 있다. 90세도 더 된 노인이 아름다운 옷을 입고 카페에서 얘기하는 모습, 장서가 있는 도서실에서 책을 읽는 모습, 요양시설 주변을 산책하는 모습, 자기 차를 가져와 하루 20-30분 정도 천천히 운전하는 모습 등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스웨덴 노인은 요양시설 입소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오히려 선호하는 편이다. 최근, 저자는 스웨덴 리딩예시에서 운영하는 이름다운 노인요양시설과 유솔륨 코뮨에 있는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노인요양시설을 방문했다. 방문을 마치고 나오며 수도원 수도자와 직원에게 “당신도 이 요양원을 이용하고 싶은가?”라고 질문했다. 수도자와 직원 모두 당연히 그렇다고 답했다. 리딩예시에 있는 요양시설 직원은 “내 어머니는 우리 시설에 입소할 날은 기다리고 있다.”라고 답하며 환하게 웃었다. 우리나라 노인은 요양병원 입원과 요양원 입소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고 얘기하며 질문했는데, 의외의 대답에 조금 놀랐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부끄럽고 부러웠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결론 및 제언
이 논문에서는 복지국가 스웨덴의 사회복지정책 도입 논의 과정과 노인 돌봄 현황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에 시사점을 찾고자 했다.
스웨덴 정치에서 논의를 통한 합의 주의 역사가 길다. 15세기부터 왕이 정기적으로 회의를 소집했다. 귀족, 성직자, 부르주아 농부 등 네 그룹 대표자가 모여 협의했으니, 현재 이익집단 대표 회의 형태와 유사했을 것이다. 초기엔 왕이 의장이었고, 내각책임제 도입 이후 총리가 의장이 되었다. 유럽 대륙 근대화 시기에서 스웨덴에서는 1866년 양원제 의회제, 1876년 내각책임제를 채택하였고, 1970년 당시 총리 올로프 팔메가 단행한 개혁으로 단원제 의회제가 되었다. 스웨덴 근대사에서 합의 주의 정점은 살트셰바덴(Saltsjöbaden) 협약이다. 노사 대표로 구성된 노동시장 위원회에서 3년간 심도 있는 토론을 거쳐 난제에 합의한 것이다. 이 전통은 1984년까지 지속되었다고 한다. 이는 효용성과 실용성을 중요시하는 전통적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11].
스웨덴에서 1980년대에 겪었던 인구 노령화 문제를, 2023년 오늘 우리가 마주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대에 들어서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으로 진입했다. 노인인구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9년 8월 15.2%에서 2020년 3월 15.8%, 2021년 1월 16.4%, 2021년 3월 16.6%로 거의 한 달에 0.1씩, 한 해에 약 1%P씩 증가했다. 최근 2022년 9월 17.8%, 2023년 5월 기준 18.4%로 증가했고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다. 이와 같은 노인인구 비율 증가추세에서 출산율 정체 또는 감소 추세가 이어진다면 2040년대 초반에 이웃 나라 일본의 인구 고령화율마저 추월할 것이다.
스웨덴 합의 주의 문화가 우리가 주목할 지점이 아닌가 한다. 우리나라는 스웨덴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을 정도와는 매우 다른 상황이고, 합의 주의가 잘 발달한 나라는 더욱 아니다. 그런데도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개별적으로 우수한 우리나라 정치지도자, 국민, 전문가, 노동자들이 모여 노인 돌봄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대안을 만들 수 있길 바란다. 이 같은 논의를 통해 제시한 대안에 대해 또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합의를 끌어내고, 정책을 만들어 갈 방법이 진정 없는지 질문하고 싶다.
우리는 노령화 상황에서 어떻게 적절하고 적확하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하며 특별하고 존엄한 존재이다. 이 존엄한 존재인 인간이 질병 이환 상황에서도, 마지막으로 향하는 과정에서도 존엄하길 바란다[9]. 지역사회에 거주하면 돌봄을 받는 노인과 요양원 입원과 요양시설 입소 노인 대상자 맞춤형 서비스에 대한 고민이 시급하다. 노인이 받는 연금으로 충당하지 못하는 돌봄에 필요한 사회적 재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 상당히 부족한 돌봄 제공인력 확보를 위한 법 제도화와 돌봄 인력 대상 촘촘한 교육과정 마련이 필요하다. 이 중에서 자신이 살았던 지역사회에 오래 머물며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할 방안 마련이 최우선이라는 판단이다.
국민의 아름답고 존엄한 삶 유지를 위한 국가 사회적 대안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돌봄 제공을 위한 대안 마련에서는 업무 자체를 위한 기계적인 그것이 아니라 돌봄 철학을 고려해 사람이 중심이고 목적이길 바란다[12].
오늘 우리가 마주한 복지국가 스웨덴을 1930년대부터 설계한 스웨덴 재무부 장관이자 사민당 최고 이론가 에른스트 비그포르스의 말을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우리는 몇십 년, 몇백 년 후에나 찾아올 낙원을 준비하며 살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