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급성파종뇌척수염(acute disseminated encephalomyelitis, ADEM)은 면역매개성 탈수초 중추신경계질환으로, 임상적으로 뇌병증을 비롯한 다발성 신경계증상이 발생하고 뇌영상에서 다초점의 탈수초병변을 보이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1]. 대다수의 AEDM은 선행 감염이나 백신 접종 이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다양한 바이러스 선행 감염과 관련될 수 있다[
1,
2].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 범유행 이후 COVID-19와 관련된 중추신경계질환에 대한 많은 보고들이 있으며, AEDM에 대해서도 다양한 증례들이 있으나,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증례 보고가 드물었다[
3-
5]. 저자들은 COVID-19 감염 이후 대뇌에 광범위한 AEDM이 발생하였고, 면역 치료 후 신경계후유증 없이 호전된 증례를 경험하여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한다.
증례
60세 여자가 4일 전 발생하여 서서히 진행하는 양하지 근력저하 및 내원 당일 발생한 혼란(confusion)으로 응급실에 왔다. 특이 과거력 없는 환자로 내원 15일전 두통, 기침, 전신 근육통 발생 후 COVID-19를 확진 받았고, 대증요법 및 자가격리하였다. 일주일 후 호흡기 증상은 호전되었으나, 내원 4일 전부터 전신쇠약 및 보행장애를 호소하였고 내원 당일에는 횡설수설하는 등 대화가 되지 않았다.
초기 활력징후는 혈압 100/54 mmHg, 맥박 66회/분, 호흡 20회/분, 체온 36.4 ℃였다. 신경계 진찰에서 의식은 명료하였으나, 시간, 장소, 사람에 대한 지남력이 저하되어 있었으며, 언어 유창성(fluency)과 이해력(comprehension) 및 이름대기(naming)가 떨어져 있었다. 뇌신경검사에서 우측 중추 안면신경마비 소견이 있었으며, 통증에 대한 반응으로 피질제거자세(decorticate posturing)를 보였고, 양하지 근력은 Medical Research Council (MRC) 등급 2로 감소되었으며, 양상지 근력은 근위부는 MRC 등급 4+, 원위부는 2로 확인되었다. 깊은힘줄반사(deep tendon reflex)는 상하지 모두 대칭적으로 증가되어 있었고, 바빈스키징후(Babinski sign)가 양측에서 양성이었고 수막자극징후 소견은 없었다. 내원 당시 기본혈액검사에서 이상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뇌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의 액체감쇠역전회복(fluid-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FLAIR)에서는 양측 대뇌 피질밑백질(subcortical white matter)과 속섬유막(internal capsule)에 광범위한 다발성초점 형태의 고신호강도(hyperintensity)가 보였으며, T1 강조영상(T1 weighted image)에서 같은 부위가 저신호강도(hypointensity)면서 조영증강이 잘 되지 않았다(
Figure 1A-
F) 반면 뇌간 침범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척추 MRI 및 뇌 자기공명혈관조영은 정상이었다. 뇌척수액검사 결과는 백혈구 6/mm
3 (림프구, 93%), 단백질 42 mg/dl, 포도당 56 mg/dl (혈청 107mg/dl)였다. 뇌척수액의 각종 바이러스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 및 결핵 PCR은 음성이었으며, 크립토코쿠스(cryptococcus) 항체 및 올리고클론띠(oligoclonal band)도 음성이었고, 악성 세포도 관찰되지 않았다. 혈액에서 매독,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 종양신경항체, 항핵항체, 류마티스인자는 음성이었으며, 갑상선기능검사도 정상범위였다. 다만 혈액 내 아쿠아포린 4 면역글로불린(immunoglobulin, Ig) G 항체(AQP4-IgG) 및 수초 희소돌기아교세포 당단백질(myelin oligodendrocyte glycoprotein, MOG)에 대한 자가항체(MOG IgG) 검사는 시행하지 못하였다.
환자 증상 발생 전 COVID-19 감염력 및 임상양상, 뇌 MRI에서 나타난 다초점의 백질 병변 등을 미루어 보아 바이러스성 상기도 감염 후 발생한 AEDM을 의심하였다. 치료로 덱사메타존(dexamethasone) 20 mg 및 면역글로불린 1 g을 동시에 5일간 정맥투여하였다. 이후 경구 프레드니솔론(prednisolone)으로 변경하여 2주에 걸쳐 서서히 감량하였다. 치료 시작 2일 후부터 간단한 대화가 가능하였고, 5일 후부터 양측 하지 위약도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하였다. 10일 후 시행한 간이정신상태검사는 19점으로 시간 지남력, 기억회상, 주의집중 및 계산에서 감소되어 있었다. 2주 후 상지 근력은 MRC 등급 5, 하지 근력은 MRC 등급 4+까지 호전되어 퇴원하였다. 2달 후 외래에서 시행한 추적 뇌 MRI에서 처음 FLAIR에서 보였던 고신호강도의 다발성 병변은 대부분 소실되었다(
Figure 1G-I). 신경계 진찰에서 양하지 근력은 MRC 등급 5로 보조기 없이 정상 보행을 보였고 바빈스키징후도 관찰되지 않았다. 간이정신상태검사는 30점으로 병전 상태로 회복되어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였고, 2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변화 없이 외래에서 추적관찰 중이다.
고찰
이번 증례는 COVID-19 감염 약 10일 후 급성 뇌병증과 근위약이 발생하였으며, MRI에서 피질밑백질의 다초점 병변을 보였다. 스테로이드 및 면역글로불린 치료 후 뚜렷한 신경계증상의 호전과 추적 뇌 MRI에서 병변이 소실되었으며, 2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재발하지 않는 단상(monophasic)의 경과를 보여 ADEM으로 진단한 증례이다.
COVID-19에 의한 ADEM의 역학은 기존 ADEM과 다소 차이가 있다. 기존 ADEM의 발병률은 인구 집단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10만 명당 연간 약 0.07-0.6명으로 보고되고 있다[
6]. 현재까지 대규모 COVID-19 감염군에서 ADEM의 발병률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영국의 특정 병원에서 COVID-19 범유행 동안 ADEM 발병률이 범유행 전에 비해 약 4배 증가했음이 알려졌다[
7]. 일반적으로 ADEM이 소아에서 흔한 것과는 달리 COVID-19 이후 발생한 ADEM은 성인이 상대적으로 많았으며, 성인 환자의 평균 나이도 50세로 높게 나타났다[
3,
4]. 이는 COVID-19에 의한 ADEM은 중증도가 높은 COVID-19에서 더 흔하게 발생하는데, 소아에서는 중증 COVID-19가 드물기 때문으로 보고하였다[
3,
4]. COVID-19 감염증과 ADEM 발생 사이의 기간은 24시간에서 30일까지 다양하였고, 70% 가까운 환자에서 중등증 혹은 중증의 COVID-19 감염증이었으나, 일부 무증상 환자에서도 발생하였다[
3,
4]. 다만 COVID-19의 중증도와 ADEM의 중증도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4]. 임상양상은 뇌병증과 추체로징후를 보이는 경우가 가장 흔했다.
이 증례 이전에 COVID-19 감염과 관련된 ADEM 국내 첫 보고는 2022년 53세의 여성으로 경증 COVID-19 2주 후 뇌병증이 발생하였고 양측 대뇌 백질에 다발성초점 고신호강도를 보였으나 추체로징후를 포함한 국소 신경계증상은 없었다. 면역글로불린 치료 이후 빠른 호전을 보였으나 인지저하가 후유증으로 남았다[
5]. 상기 환자의 경우에도 60세의 고령이었고 경증 COVID-19 감염증이 선행하였다. 뇌병증, 추체로징후를 모두 보이고 있었으며 스테로이드, 면역글로불린 치료 이후 신경계후유증 없이 완전히 회복하였다.
COVID-19의 원인이 되는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2 (SARS-CoV-2) 바이러스는 숙주세포의 수용체로 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2 (ACE2)를 이용한다. ACE2 양성 세포는 호흡기관뿐만 아니라 대뇌 피질, 선조체(striatum), 뇌간의 뉴런(neuron)과 아교세포(glia), 혈액 뇌장벽(blood-brain barrier)의 혈관주위세포(pericytes)에도 발견되며 이는 SARS-CoV-2의 직접적인 표적(target)이 될 수 있다[
8]. 그러나 COVID-19와 연관된 ADEM은 다른 선행 감염 후 발생하는 ADEM과 같이 병원균이 직접적으로 중추신경계에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선행한 감염원과 항원 결정체를 공유하여, 병원균과 수초단백질 사이의 분자구조 유사성(molecular mimicry)에 의한 자가면역반응 활성화가 발병 기전인 것으로 추정된다[
3,
4]. 실제 뇌척수액 SARS-CoV-2 PCR 검사를 시행한 ADEM 환자 15명 중 단 1명만이 SARS-CoV-2 PCR 양성이었으며, 나머지 14명은 음성으로 나타났다[
4]. 또한 COVID-19 환자 뇌부검 연구에서 뇌조직 및 뇌막에서 미세아교세포(microglia)와 세포독성 T 림프구의 침윤(infiltration)이 관찰되어 신경면역반응을 촉진시킬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9].
대부분의 COVID-19와 연관된 ADEM 환자들도 일반적인 ADEM 환자들과 비슷하게 스테로이드, 면역글로불린, 혈장분리교환술(plasmapheresis) 치료를 받았다[
3,
4]. 그러나 COVID-19에 의한 ADEM 환자의 예후는 비교적 불량하여 28명 중 18명(64%)의 환자가 4점 이상의 수정 Rankin 척도(modified Rankin scale)를 보였고, 다른 연구에서는 성인의 경우 완전히 회복된 경우가 18명 중 1명으로 보고하였다[
3,
4]. 이는 ADEM이 중등증 혹은 중증 COVID-19 환자에서 좀더 빈번하게 나타나므로, ADEM 자체의 결과 보다는 COVID-19 감염증에 의한 영향일 가능성이 있다[
3]. 상기 환자는 임상적 및 영상학적으로 거의 완전히 회복되었는데, 경증 COVID-19 감염 이후 발병하여 COVID-19 감염이 예후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번 증례의 한계로는 ADEM과 유사한 임상증상을 가질 수 있는 중추신경계 탈수초질환 및 말초신경계 염증질환 등에 대한 감별을 위한 검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이다. 그러나 단상 경과 및 선행 감염력을 고려할 때 다른 탈수초질환보다는 ADEM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ADEM은 COVID-19의 중증도가 높은 환자에서 발생할 확률이 높으나, 경증 혹은 무증상을 포함한 모든 유형의 환자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최근 COVID-19의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 의식 저하나 국소 신경계증상이 발생할 경우 ADEM도 감별진단으로 고려해야 될 것이다.